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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사랑에는 여러 형태가 있습니다. 때론 시간을 초월하기도 하고 때론 현실에서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하죠. 반면 지나치게 현실적인 모습 역시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작품은 아주 현실적인 이별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억지로 사랑하지 말라고 말하는 영화로 여기서는 등장인물, 만년 공시생 남자를 뒷바라지 하는 여자, 현실적 이별을 살펴보기로 합니다.
목차
- 등장인물
- 만년 공시생 남자를 뒷바라지 하는 여자
- 현실적 이별
등장인물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 출연진으로는 한때 사랑하는 연인 사이였지만 생색만 내는 여자친구에게 지쳐 이별을 고하는 남자친구 '준호' 역에는 '이동휘' 배우, 능력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세우는 남자친구에게 지쳐 이별하게 만든 여자친구 '아영' 역에는 '정은채' 배우가 캐스팅되었습니다. 지쳐버린 '준호'에게 어느 날 다가와 그와 함께하며 서로 가까워지는 여자 '안나' 역에는 '정다은' 배우, 상처받아 힘들었던 '아영'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그녀의 마음을 위로해 준 남자 '경일' 역에는 '강길우' 배우가 출연하였습니다.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두 주인공 간의 갈등 후 맞이하는 헤피 엔딩이라는 진부한 연애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누구보다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서로에게 지친 두 사람이 어떻게 이별을 극복해 가는지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 '아영'은 자신의 꿈도 뒷전으로 한 채 공시생이었던 '준호'를 뒷바라지해 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갑에 학교 커플이었던 두 사람은 오랜 연애에 결국 지쳐 이별을 고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두 사람의 인연의 끈은 1년이 넘도록 끊어지지 못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이미 깊게 침투되어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런 그들에게 새로운 인연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경일'과 '아영'인데요. 경일은 조심스럽게 하지만 부드럽게 아영에게 다가가게 됩니다. 또한 '안나'는 지쳐버린 준호에게 다가와 함께하며 그의 힘이 되어 줍니다. 이렇게 조금씩 다른 길을 가게 되는 두 사람은 드디어 이별에 다가가게 될까요? 줄거리로 이어집니다.
만년 공시생 남자를 뒷바라지 했던 여자
영화는 장수 커플 '준호'와 '아영'의 달달함이 아닌 권태기를 겪는 모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같은 미술학도였지만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남자친구와 이를 뒷바라지해 주기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부동산 중개인으로 돈을 벌고 있는 여자친구라는 인물 설정을 갖고 있죠. 자리 잡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격식 있는 자리에서까지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나온 남자친구를 보는 아영과 다른 사람들로부터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몇 년 간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음에도 철없는 모습을 보이는 남자친구는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바라줄 수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아슬아슬한 선을 타던 둘의 관계는 결국 정리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되죠 시간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 새로운 연인을 만나게 됩니다. 각자 자신과 걸맞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이후 달달함보다는 찌든 현실감만을 보여주던 앞선 장면들과는 달리 영화는 두 갈래의 달달함을 선사합니다. '준호'는 당돌하고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대학생 '안나'를 만나 풋풋하고 싱그러운 연애들 보여주고, 반면 '아영'은 젠틀하고 사회에서 꽤나 성공한 입지를 갖고 있는 '경일'을 만나 성숙하고 점잖은 어른 연애를 보여줍니다. 이전과 다른 조금은 특별한 연애를 하는가 싶었지만 이 역시 결국 서로에게 익숙해지며 실망하거나 혹은 더한 아픔을 겪는 평범한 연애를 반복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금 세월이 흘러 오랜만에 두 사람은 재회합니다. 바로 자신의 태블릿을 돌려받기 위해 아영이 준호에게 연락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져 의문을 자아냅니다. 처음에는 다시금 아픈 이별을 하게 된 아영의 미련이 아닐까 생각했고, 재회에 대한 발판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 끊어진 인연의 끈을 다시 붙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 점을 영화는 확실히 파고들었습니다. 헤어지고 2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개인전을 열게 된 '아영'의 모습을 보게 된 '준호', 그리고 건물 안에 있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막상 '아영'은 모르는 척 시선을 돌려버렸는데요 사람들 앞에서 작품을 소개하는 '아영'을 잠시 바라보던 '준호'가 다시 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의 결말이 맺습니다.
현실적인 이별
이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내 폰에 저장되어 있던 전 애인의 연락처 속 이름을 풀네임으로 바꾸게 된다면 인정하게 된 것일까요? 카톡 친구를 삭제하거나 SNS 팔로우를 끊게 된다면 속이 시원할까요?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에서 아는 사람으로, 아는 사람에서 모르는 사람이 되기까지의 현실 이별 프로세스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주목할 만한 점은 이야기의 시작점이 일반적인 멜로 영화의 포맷인 연애를 시작하는 커플의 이야기가 아닌 수명이 다한 커플의 이별이라는 사실이다. 영화는 이들이 어쩌다 이별을 하고, 어쩌다 그것이 현실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삶의 과정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을 꽤나 현실적으로, 그러나 서글프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낸다. '준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다. 그의 오랜 연인 '아영'은 그림을 전공했지만 생활비도 벌고 취준생인 준호도 도와야 하기에 현재는 공인중개사 일을 하며 근근이 일상을 꾸려 나간다. 문제는 준호가 아영의 고군분투를 헤아리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영이 이별을 통보하고 이들은 담담하게 헤어진다. 그 누구도 크게 아파하거나 반발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준호는 아영의 아이패드를 돌려주기 위해 그녀와 재회하게 된다. 각자 다른 이유로 약간의 설렘이 있었겠지만 물건을 돌려주고 돌려받는 행위 이외의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신 이들은 그렇게 정말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마음속에서 지운다. 만남보다 더 좋은 이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왕이면 성숙한 어른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