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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는 1990년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혼란스러운 정치 상황에서 남북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이 함께 탈출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특유의 유머와 긴장감 넘치는 자동차 액션, 감성적인 여운을 남기는 류승완 감독의 명작이다. '블랙호크 다운'과 같은 영화를 기대해도 만족감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진부한 내용을 교묘하게 벗어나 실화의 긴장감을 현실적이고 실감 나게 움직인 K블록버스터의 진수다. 무엇보다 영화가 가진 힘의 원천인 스토리와 실화에 대한 정치적 시각이 매우 올바르고 인간적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한 영화였다.
줄거리
1991년 한국이 유엔 가입을 서두르던 때, 소말리아가 그에게 투표하도록 하기 위해 남과 북은 치열한 외교 전을 벌였는데, 이때 소말리아는 갑자기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북한의 한신성(김윤석) 대사와 임용수(허준호) 대사는 연락조차 두절된 채 직원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곳에 고립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임 대사가 이끄는 북한 대사관이 한국 대사관의 문을 두드리며 도움을 청하고, 남북한 외교관들은 생존을 위해 비공식적인 협력을 하고, 양측은 목숨을 걸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로 결심한다. 북쪽의 이집트 대사관과 남쪽의 이탈리아 대사관이 이 상황을 이야기하지만 이집트 대사관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반면, 이탈리아 대사관은 한국인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인다. 목숨이 위험한 곳에 북한 사람들을 둘 수 없는 한국의 한성은 북한 사람들이 남쪽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는 거짓말로 이탈리아 대사를 회유하는 데 성공한다. 부임 시간까지 모두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해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 산적한 총알을 뚫고 오랜 사투 끝에 이탈리아 대사관에 도착하지만, 총에 맞아도 혼신의 힘을 다해 차를 몰았던 북한의 태준기(구창환)가 죽음을 맞이한다. 죽은 태준기를 묻고 케냐에 도착한 남북한 사람들은 짧은 작별 인사를 하고 각자의 길을 떠나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소말리아
소말리아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나라인데 홍해 맞은편에 위치해 있고 좁은 해협(아덴만)이 홍해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어 해적질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2009년 소형보트를 탄 해적들이 미국의 대형 유조선을 납치하기도 했습니다. (<필립스 선장>>) 한때 해적이 발생해 한국인 선적이 납치되기도 했는데, 이때 해군이 석해균 선장을 구출하기 위해 '아덴만 작전'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소말리아 내전의 뿌리를 생각하면 19세기말 이탈리아와 영국이 소말리아를 분단된 식민지로 사용한 사실에서 알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국내 부족들 사이에 심각한 분열이 일어났고, 이후 독자적으로 정부가 수립됐지만 1960년대 바레 장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장기 집권을 이어갔고, 반정부 시위는 결국 내전으로 이어졌습니다. 반정부 단체인 소말리아 통일회의(USC)가 사회주의 독재정권인 바레를 축출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마흐디 대통령과 이드 의장의 권력 다툼은 나라를 길고 긴 내전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높임말높임말 번역 설정발음 듣기 복 사하기번역 저장번역 저장공유하기
내전국에서 분단국가의 화합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눈물을 짜내려는 '새로운 물결'이나 '국뽕'이라고 부르는 일방적인 애국심의 주입을 피하는 데 있습니다. 먼저 남북 간의 팽팽한 신경전을 보이다가 이벤트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깨달은 '어차피 우리는 형제다'라는 이 상투적인 말을 충실히 따라가면서도 '뜨거운 동포애' 대신 어색함을 택한 것 같습니다. 이런 냉소적인 설정은 한국전쟁 자체가 이제는 전설이 된 오늘날 '뜨거운 동포애'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일까요. 남북 간의 연대를 다룬 영화에서 늘 보던 절절한 눈물 대신 잠깐의 아쉬움으로 단순하게 묘사돼 온 양측의 이별은 낯설고 참신합니다. 어쩌면 각박한 현대 사회에서 동포애나 연대는 공감할 수 없는 가치가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뜨거운 방식으로 연대가 이어지기를 늘 바라고 모든 것에 의견이 일치하지만, 진정한 연대는 필요에 따라 매우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따뜻한 장면은 대한민국 대사 부인이 깻잎김치를 먹을 때 북한 대사 부인이 깻잎에 붙어 있는 깻잎을 떼어내는 장면입니다. 깻잎에 대해 말하자면 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깻잎을 눌러주는 작은 인간적 배려로 그들과 우리가 문화를 공유하는 같은 민족이라는 근거를 찾기 위해서입니다. 무엇보다 내전 후에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나라가 내전 중인 다른 나라에서 피할 수 없는 연대를 했다는 이야기 자체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념과 제도 앞에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도 아직도 분쟁 중인 모든 나라들에게 하고 싶은 말입니다. 누군가는 영화를 통해 정신적, 사회적으로 류승완 감독의 성장을 보았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김윤석과 허준호가 멋진 연기를 보여주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류승완 감독 자신인데 바로 영화 모가디슈였습니다.